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는 현대 사회를 비춰 보이는 거울
일본 히키코모리 재활 센터 르포
1990년대 초 일본이 장기 경제 침체와 환멸, 사회 해체가 이어지던 이른바 '잃어버린 10년' 시기 집에 틑어박혀 일과 교육, 사회 생활과 등지고 사는 개인들이 늘기 시작했다.
언론에서는 이들을 '틀어박히다'라는 동사에서 따온 신조어로 이름을 붙였다. 초기엔 주로 부모(특히 어머니)의 조용한 지원에 의지하는 젊은 남성들의 특이 현상으로 여겨졌지만 점점 퍼지기 시작해 결국 거의 모든 연령대 남녀에 해당될 수 있는 현상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일본 인구의 약 1%를 조금 넘는 150만 정도가 히키코모리인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뿐만이 아니다. 한국 이탈리아 스페인 중국 프랑스 아르헨티나 미국 등에서도 유사 사례가 보고됐다.
그럼에도 원인에 대해서는 여전히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그러니 '치료'의 가능성도 불투명하다.
불안, 정신분열증, 우울증, 사회 공포증과 같은 정신 질환에 기인한다는 분석도 있지만, 이를 증후군이라기보다 상태로 보는 이들도 있고, 새로운 진단명을 부여하자는 이들도 있다.
대중 매체에선 흔히 이들을 무기력 무능력한 존재로 묘사하고, 이들의 은둔을 게으름이나 대처 능력 부족 혹은 사회규범 내면화의 실패로 돌린다.
1990년대 후반 사회학자 야마다 마사히로는 부모와 함께 사는 미성숙한 미혼 성인을 가리켜 ‘파라사이트 싱글(parasite single의 음역)'이라고 불렀다.
강조점은 다르지만 대부분의 설명은 한가지 관점으로 수렴한다: 심리적 도덕적 일탈로 보고 문제를 개인 내부에 귀속시킨다. 고립을 개인의 내면의 문제로 환원해 해석하는 것이다.
'고독의 시대'라 부르는 현대 사회에서 이런 설명은 타당한가?
연구자인 나는 답을 찾기 위해 2024년 겨울 일본으로 향했다. 최근 수십 년간 전국에 생겨난 수백 개의 히키코모리 치료 시설 중 한 곳을 방문했다.
이곳들은 정보와 도움, 혹은 완전한 재활을 약속한다. '재활'이란 뭘 의미하는가? 공식 진단이 불가능한 걸 어떻게 치료할 수 있나?
치료를 위해 이곳에 온 소위 히키코모리들을 마주했다: 십대부터 30대 초반까지의 남녀 집단이었다.
그들의 사연은 다양했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두려움, 트라우마 또는 스트레스의 시기를 겪은 후 평온을 되찾는 수단이 은둔으로 이어졌다. 다시 안전함을 느끼는 방법이었다.
은둔을 시작한 순간은 선명하게 기억하면서도 왜 오래 지속되었는지 설명은 어려워했다. 말을 멈추고, 표정이 멍해지며 시선은 허공을 떠돌았다. 답이 그들에게서 멀어져 가는 듯했다. 마치 이름 모를 막연한 힘이 조용히 그들의 삶을 이 방향으로 이끌어온 것처럼.
히키코모리를 그저 책임보다 자기 안락을 선호하는 사람들로 보는 일반적 시선과 달리, 대부분은 스스로 그렇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다수가 자신의 상태를 갇힌 상태로 묘사하며, 매일이 고투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부모와 가족, 그리고 사회 전체를 실망시켰다는 죄책감이 공통된 경험에 깊이 새겨져 있었다. 그들은 지치고 슬퍼 보였으며, 재활 센터에서의 시간이 더 나은 삶으로 이어지길 조용히 바라고 있었다.
센터는 어떻게 더 나은 삶을 가능하게 했을까?
수업은 주로 미술 공예, 연기 연습, 공개 연설 등으로 돼 있었다. 그러나 교육이라기보다 이들을 바쁘게 하는 데 더 가까워 보였다. 수업은 종종 즉흥적으로 진행되며 체계나 연속성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프로그램 이면의 논리를 알고 싶어 설립자에게 근본 철학을 설명해 달라고 청했다. 답은 간결했다: “규칙을 따르지 못하면 결국 히키코모리가 된다. 특히 성인이 규칙에 익숙하지 않으면 직장 같은 곳에 적응할 수 없다. 그래서 이 곳에선 먼저 규칙을 따르는 법을 가르친다.”
그의 논리 아래엔 사회적 통합이란 상호 이해가 아닌 복종에 달려 있다는 신념이 깔려 있었다. 정신적 고통을 참아야 할 것으로 규정하는 일본 문화와도 닿아 있었다.
웰빙은 흔히 마음가짐, 즉 회복탄력성, 인내심, 자기 삶의 수용에 달려 있다고 여겨진다. 이런 사고방식은 특히 히키코모리를 게으르거나 도덕적으로 약한 존재로 묘사할 때 두드러진다. 설립자는 “학생들이 실패했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감정적으로 강인해지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따라서 수업의 목적은 규율과 독립성 등 생존에 필수적인 자질을 심어주거나(혹은 강요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런 정신은 센터의 일상생활까지 확장되었다.
모두가 자립적이어야 했으며 서로 도움을 주는 것은 적극적으로 억제됐다. 세탁이나 설거지 같은 사소한 도움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개인의 책임감과 회복탄력성에 대한 이상이 확고히 주입되었다.
기숙사 방의 불편함도 의도된 것이었다. 방안엔 난방 시설이 없었다. 고립에서 벗어나 난방이 되는 공용 공간으로 나오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곳엔 텔레비전과 교류가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서 돌봄이란 편안함이나 따뜻함, 인정받는 것이 아니었다. 복종을 의미했다. 자아는 이해받아야 할 대상이 아니라 교정되어야 할 대상이었다.
히키코모리는 공식 진단이 아니므로 회복에 대한 합의된 정의도 없다. 그 결과 재활 센터들은 각자 돌봄과 '치료'에 대한 정의를 만들 수 있고, 이는 위탁자들의 기대에 의해 형성된다.
이 곳에선 진전이 자립과 개인적 책임과 동일시됐다. 일부는 수개월 또는 수년에 걸쳐 공장, 농장, 우체국 취업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독립성이 그들을 고립으로 내몰았던 힘으로부터 보호해 줄 수 있을지는 불분명했다.
이곳에서 교육 받고 센터의 시간제 직원이 된 30대 여성은 이제 두 개의 자아로 산다고 헸다. 겉으로는 사회에 재진입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일상을 유지하지만 '치유'된 것은 아니었다. 히키코모리 시절의 자신과 공존하며 살고 있었다. “지금의 나와 그때의 나를 모두 인정합니다. 지금도 휴일엔 집에 머물 때가 많아요. 친구나 가족이 없어요. 그래서 여전히 조금은 히키코모리 같은 기분이 들어요.”
재활은 그들을 독립적으로 만들 순 있지만 소속감까지 반드시 회복시키는 건 아니다. 독립을 통한 '회복'이 그녀의 사회적 고립을 끝내진 않았다.
취업은 '히키코모리'라는 꼬리표를 떼는 덴 도움이 됐을지 몰라도, 더 깊은 문제를 해결하진 못했다. 그런 사람들에겐 한 형태의 고립이 그저 다른 형태의 고립으로 대체될 뿐이다. 이것이 히키코모리 문제의 핵심에 있는 더 깊은 문제다.
오늘날 일본 가구의 40% 가까이가 1인 가구다. 직장을 다니는 사람도 '노동 시장의 유연화'로 과거의 가족 같던 동료 관계는 사라지고 있다.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 고립이 증가하고 있다. 히키코모리는 재활을 통해 독립적이고 취업 가능해질지는 몰라도 소속감이나 유대감이 반드시 회복되는 건 아니다.
히키코모리는 세계의 가상화, 불안정한 노동, 사라져가는 공동체로 특징지워지는 이 시대 우리 사회의 근본 논리를 드러낸다: 참여는 생산성과 연결될 때만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단순히 세상과 단절된 예외적 이탈자라기보다 사회 일반에 걸쳐 진행되는 고립의 극단을 보여주는 존재다. 과로와 고독의 시대에 그들은 우리 다수도 공유하는 가치관을 드러낸다.
한때 이상 현상으로 치부되던 일본의 히키코모리는 이제 직업의 유무와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차례로 느껴 가는 소외감을 비추는 거울로 다가온다.
/아래 글 발췌
제17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다큐멘터리 사(史)의 전설로 남을 거장 감독 프레더릭 와이즈먼에 대한 전작 회고전을 개최합니다. 이 회고전은 전국의 시네마테크, 예술영화관들과 협업으로 진행합니다. (참여 기관: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 영화의전당, 광주독립영화관,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2024년 와이즈먼의 영화들을 관리하는 배급사 지포라 필름(Zipporah Films)이 하버드필름아카이브, 의회도서관 등의 조력을 받아 필름 상태로만 보존되었던 와이즈먼의 영화 33편을 4K 디지털 포맷으로 복원했습니다. 5년의 시간을 투자하여 1967년부터 2006년의 시기에 제작된 영화들을 복원한 디지털 작품들은 2024년 하반기부터 전 세계 시네마테크, 필름 센터, 영화 도서관, 기관들을 순회하고 있습니다.
프레더릭 와이즈먼 회고전에 많은 관심 바랍니다.😊
📎아래 링크에서 관련 세부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alleycat.kr/etc/movie/2025…
📌DMZ Docs는 카드뉴스에 표기한 20개 작품을 영화제에서 상영합니다.
353 Followers 1K FollowingIf you have a glass of water, you can keep it to yourself, but if you have a river, you have to learn to share it with others
185 Followers 109 Following'마음챙김 소풍명상' '수용전념치료 매트릭스' 등 출간. 심리학자, 임상 및 상담심리전문가, 인지행동치료전문가, ACT 수용전념치료 상담자 트레이너. Clinical psychology, 대학교 심리치료 외래 교수 등. 트위터 온라인 상담 해드리지 못하는 점 양해바랍니다.
83K Followers 245 FollowingJinyoung Park | "나는 나를 돌봅니다",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 등, 과학동아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연재 完 (2014-2025)", PhD in Social Psychology @dukepsychneuro
58K Followers 513 Following나는 오스터루커리에 사는 생강이지요. 하지만 늘 거기있는것도 아니지요. 가끔 아트카 베이에도 갑니다. 트윗을 편집해서 도용하는 것,기사화되는것 허용안함. 이윤을 목적으로 트윗을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지않습니다.블루스카이@inkivaariyksi.bsky.soc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