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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시중 메이드 5편과 이어집니다.)
형님이 이상하다. 왠지 모르게 달라진 듯한 원태에 조직원들 사이에서 은근슬쩍 말이 오가기 시작했다. 평소엔 칼 같고 피도 눈물도 없으신 분이, 어딘가 나사가 하나 빠진 것 같달까. 최근 들어 부쩍 사무실에 늦게 오거나, 답지 않게 화도 잘 안 내시고, 심지어 막내가 장부에 큰 실수를 해도 다시 써오라며 넘어가기까지 한다. 원래 같았으면 막내놈이 초주검이 될 때까지 두들겨 패고도 성이 안 찼을 텐데, 확실히 뭔가 이상했다.
오늘도 왠지 신나보이는 듯, 원태는 차 뒷좌석에서 휘파람을 불고 있었다. 오히려 너무 즐거워 보여서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 건 아닐지 불안해질 지경이었다. 기분 좋아보이시는 김에 립서비스 해드리고 점수나 따야겠다. 운전대를 잡던 부하가 백미러로 원태를 훔쳐보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형님, 요새 안색이 좋아보이십니다."
"그래?"
"예, 몰래 보약이라도 지어 드시는 줄 알았습니다."
보약이라. 원태는 입꼬리를 말아올려 씨익 웃었다. 우리 애기가 보약이 맞긴 하지. 꿀단지마냥 수하를 집에 숨겨 두고 매일 쪽쪽 빨아 먹어 치우며 양기를 채우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잖아도 오늘 하루종일 그놈의 맹한 얼굴이 잔상마냥 둥둥 떠다녀서 미칠 것 같았다. 그 메이드복을 찢듯이 벗기고, 엉덩이를 갈기고 벌하면 또 하얗던 얼굴은 발갛게 익어서 눈물을 터트리겠지. 달큰한 구멍이 흐물흐물해질 때까지 빨아대다, 자지를 쑤셔 박으면 싫다는 듯 울면서도 구멍은 내심 자지를 갈망하고 집어 삼킬 것이다. 거기까지만 상상했을 뿐인데 원태는 아랫도리에 피가 몰리는 것을 느꼈다. 당장이라도 그 연한 살결들을 입에 넣어 맛보고 싶었다.
"형님, 그나저나 천경훈 피붙이 말입니다."
"응?"
씨발, 집에 가서 박아줄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알았지. 내 생각이라도 읽었나. 순간 제 발 저린 원태는 뜨끔 했으나 애써 차분한 척했다.
"혹시 그 놈 어떻게 처리하셨습니까?"
원태는 짱구를 굴렸다. 어떻게든 그럴 싸한 이유를 만들어내야 했다. 아무리 그래도 천경훈의 아들을 우리 집에 가둬 놓고 좆집으로 쓰고 있다고 사실 대로 말할 순 없지 않은가.
"아직 있어, 나중에 쓸모가 있을 것 같아서."
"아... 그렇습니까."
대답이 명확하진 못했지만 나름 잘 넘어갔다고 생각한 원태는 다시 큼, 하고 목을 가다듬곤 창 밖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부하는 문득 의문이 생겼다. 당연히 창고에 끌려온 그 날 죽었을 줄 알았다. 어디다 쓸 생각이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간에 쓸 데가 있을 것 같으니 살려는 두었다는 건데. 부하는 원태의 의중을 파악해보려 잠시 곰곰히 생각을 해보다 문득 묘수가 생각났다.
"정 사지분해 하는 거 지저분하시면 사창가에다 던져둘까요?"
그 말을 들은 순간 원태는 창 밖을 쳐다보던 시선을 다시 백미러로 옮겼다.
"사내놈이어도 오메가니까 나름 수요도 있지 않겠습니까. VIP 접대용으로 돌리면 금방 돈 뽑을 겁니다."
부하놈은 눈치도 없이 꽤나 좋은 전략인 양 나불 나불 떠들어댔다. 그 말을 들은 원태의 미간은 순식간에 깊게 패였다. 실컷 따먹고 나서 질린 후 매음굴에 던져두는 것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제가 한창 맛있게 먹고 있는 걸 누군가랑 같이 돌려 먹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남의 침이 엉망으로 엉겨 붙으면, 암만 맛있는 음식이었어도 더럽게 느껴지기 마련이었으니. 게다가 그 물건이 제 것인 줄도 모르고 대뜸 갖다 팔겠다는 이 놈의 당돌함에 기가 찼다.
"내가 직접 처리한다고 하지 않았나?"
건방짐이 하늘을 찌르는군. 이러다 우리 집에 키우는 금붕어 새끼도 지들 좆대로 회 쳐먹을지 매운탕 해먹을지 왈가왈부할 기세였다. 원태는 부하놈의 오지랖에 기분이 언짢아졌다.
"죄송합니다, 형님."
차안의 공기는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원태의 눈매가 순간적으로 번득이는 걸 본 부하는 등골이 얼어 붙었다. 그제서야 상황 파악을 하고 급히 고개를 숙였다. 괜히 입을 잘못 놀려서는 점수 따기는커녕 죽을 뻔했다. 다른 의도로 제안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대답을 회피하고 무언가를 의도적으로 숨긴 듯했다. 왜인지 짐작 가는 방향이 있긴 했지만, 그는 이내 입을 다물었다.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이 자리에서 모가지가 날라갈 것임이 분명했다. 상상만으로도 식은 땀이 나는 기분에 잘게 몸서리를 쳤다. 설마, 아니겠지.
-
집에 가까워질수록 원태의 자지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꺼떡댔다. 꼭 집에 들어서자마자 수하를 벗기고 구멍에 쑤셔박을 생각에 마중을 나온 것처럼 자꾸만 고개를 쳐들려고 했다. 나참, 건강하기도 하지. 수하를 만나고 나서 정말 정기 회복이라도 한 듯, 최근 들어 시도 때도 없이 발기하는 빈도가 늘어난 것 같다. 이 비결이 세간에 알려졌다가는 유명 장어집들이 모조리 문을 닫게될 지도 모른다.
원태는 곧 마주하게 될 광경에 한껏 기대되는 듯 현관을 열며 집 안으로 들어섰다. 그럴만한 이벤트가 저를 기다리고 있을테니 말이다. 어젯밤, 원태는 말없이 수하의 옷장에 있는 옷가지들을 모조리 빼내버렸다. 그리고 그 안에 젖꼭지와 구멍만 겨우 가리는 흰 레이스가 달린 까만색 마이크로 비키니를 박아 넣었다. 혹시 자지와 불알이 달랑거리는 게 부끄러울 수도 있으니 작은 에이프런도 함께 말이다. 목숨을 부지하고 싶은 것이라면 아마 수하는 울먹이면서도 그 옷, 아니, 천 쪼가리를 꾸역 꾸역 걸치고 있었을 것이다.
현관을 지나쳐 거실로 가자 수하는 제가 온 것도 모른 듯 바닥 청소에 열중하고 있었다. 원태는 그 모습을 숨 죽인 채 잠자코 지켜보았다. 정말 수하는 제가 옷장에 쑤셔 두고 간, 거적데기를 걸치고 있었다. 자신이 없는 동안에도 열심히 청소를 하는 것은 기특했으나, 지금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눈 앞에 통통한 궁둥이가 씰룩거리고 있었다. 치마도 걸치지 않아 겨우 끈 하나만이 엉덩이 사이 경계를 가로 지르고 있었다. 고작 얇은 줄 하나 뿐이라, 살을 가려주는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기에 수하의 뽀얗고 탐스러운 볼기짝이 그대로 다 보였다. 원태는 흥미롭다는 듯 눈으로 하나 하나 뜯어 보고 있었다. 다리가 벌려질 때마다 시선을 내려 그 틈새를 쳐다보니, 회음부를 가릴 듯 말 듯 한 것이 아예 다 벗고 있는 것만큼이나 야하게 느껴졌다. 원태의 자지는 당장이라도 옷감 위를 뚫고 나올 것처럼 팽팽해져 있었다. 더 이상 저것을 느긋하게 감상할 여유조차 없었다.
원태는 성큼 성큼 수하의 엉덩이쪽으로 다가가 곧장 허리를 숙였다.
"헉, 오셨, 으응!"
들려오는 인기척에 수하는 그제서야 고개를 슬쩍 뒤로 돌렸다. 뒤늦게 발견한 원태에게 허겁지겁 인사하려 했지만 말은 끝까지 이어 나가지 못했다.
<형수 보쌈> 출간했습니다!
*본 작품에는 3P, 원홀투스틱 요소가 포함되어 있으니 구매에 참고 바랍니다.
* 배경/분야 : #현대물
* 작품 키워드 : #기억상실#다공일수#이공일수#왕햄토스트#원홀투스틱#3P#형제덮밥#수면떡#하드코어#계략공#집착공#미남공#연하공#다정공#능욕공#광공#개아가공#순정공#짝사랑공#절륜공#단정수#연상수#순진수#아방수#미인수
* 진여한(공1) : 성한의 동생, 오랫동안 해솔을 욕망해 왔으며 그를 차지하기 위한 계획을 실행으로 옮긴다.
* 진성한(공2) : 여한의 형, 해솔과 오랜 연인이며 사고로 의식을 장기간 잃었다 깨어난다.
* 이해솔(수) : 성한의 오랜 연인이자 여한의 현재 애인. 사고로 기억을 잃었다.
* 이럴 때 보세요 : 형의 애인을 오랫동안 욕망하다 사고로 기억을 잃은 틈을 비집어 수를 길들이고 빼앗는 공의 이야기가 보고 싶을 때
* 공감 글귀 : “우리 해솔이, 고추 두 개도 잘 먹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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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시중 메이드 4편과 이어집니다.)
얼마 전, 원태가 집을 비운 틈에 그의 방을 청소하다가 수하는 침대 헤드에 걸려 있는 팬티 한 장을 발견했다. 낡고 해진 곰돌이 무늬가 그려진 걸 보아 분명 자신의 것이었다. 원태가 그걸 가지고 무슨 짓을 했을지는 모르겠지만, 남의 팬티를 탐내는 것부터가 비정상이었다.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랐으나 수하는 그가 돌아오기 전에 잽싸게 그것을 챙겨 에이프런 앞주머니에 구겨 넣었다. 제 품에 돌아온 게 고작 속옷 한 장일 뿐인데 이렇게 감격스러울 줄이야. 그날 이후 수하는 매일 밤 작은 대야에 물을 받아 그 팬티를 손빨래했다. 잃어버렸다 되찾은 보물이라도 되는 듯 소중히 입었다.
하지만 지금 음흉하게 말려올라간 원태의 입꼬리를 마주하자 그 모든 안도감은 산산이 무너졌다. 힘겹게 되찾았던 건데, 결국 다시 빼앗길 것이다. 다시 불편한 팬티들을 입어야 할 생각에 수하는 울적해졌다. 원태의 시선은 이미 곰돌이 무늬 위에 고정되어 있었고, 그의 눈길은 당장이라도 그것을 벗겨낼 기세였다. 원태는 한참 동안 팬티를 노려보듯 쳐다보다 주저 없이 수하의 가랑이 사이로 코를 박았다.
"하아..."
꼭 산소가 고갈 되어 숨을 몰아쉬는 것마냥, 원태는 체향을 조금이라도 더 깊게 들이 맡기 위해 코를 집요하게 부벼댔다. 그의 뜨거운 숨결이 얇은 천 위로 느껴질 정도였고, 회음부 부분을 코끝과 입으로 짓눌러대며 냄새를 맡아대기 시작했다. 그런 원태를 보며 수하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의미 모를 괴상한 행위를 하며 팬티에 집착하는 그의 모습이 공포스러워 수하는 잘게 몸을 떨었다.
원태는 다시금 짙게 배어 나오는 수하의 달짝지근한 살내음이 마음에 드는 듯 씨익 웃었다. 안 그래도 그 곰돌이 팬티 한 장 가지고 한동안 물고 빠느라고 수하의 살냄새가 다 날아가버렸는데, 다시 입어주니 오히려 잘 되었다. 하루종일 이 깜찍한 팬티를 걸치고 빨빨거리며 땀을 흘렸을 테니, 단내가 잔뜩 묻어 나오겠지. 수하의 치부에 얼굴을 부비며 취한 듯 깊이 체향을 들이맡던 원태의 눈이 반짝였다. 그리곤 곧장 손을 뻗어 수하의 팬티를 내렸다.
"읏!"
수하는 움찔하며 몸을 반사적으로 움츠렸으나, 이미 늦었다. 원태의 힘에 이끌려 팬티는 허벅지를 지나쳐 발목까지 걸쳐졌고 어느새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얄팍한 천 한 장마저 사라진 순간, 수하의 얼굴은 서러움으로 가득 차올랐다. 제 것이라 부를 수 있는 게 고작 몸뚱아리와 팬티 한 장뿐이었는데, 그것마저도 앗아가다니.
수하는 맨엉덩이가 되자 다시금 울 것 같은 얼굴이 되었다. 왠지 모를 억울함이 몰려와 눈물이 왈칵 터져나올 것만 같은 걸 간신히 눌러 참았다. 그와 달리, 원태의 웃음은 여유롭고 뻔뻔했다.
"왜. 내 거 다시 가져가는 건데, 불만 있어?"
"아, 아니요..."
정말 태연하고도 뻔뻔스러운 원태의 반응에 수하는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다. 수하는 내심 팬티를 뺏기는 것으로 끝나기를 기도했지만, 신 조차도 제게 등돌린 듯 했다. 결국 수하는 엉덩이를 들어올렸고 그의 손에 의해 무력하게 다리가 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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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정신을 잃었는지도 모르겠다. 수하는 흐릿한 의식 속에서 간신히 눈을 뜨자, 제가 지내고 있던 쪽방의 풍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어제와 다르지 않은 벽지와 가구들인데, 온몸에 남은 난폭한 흔적들 때문에 모든 게 이질적이게 느껴졌다. 몸 구석구석 뻐근하게 올라오는 통증에 곧바로 현실이 실감났다. 옷차림을 확인하자, 다행히도 아직 메이드복은 걸쳐져 있었다. 그러나 단정하게 입혀졌다기보다는 엉망진창으로 걸쳐져 있었다. 구겨지고 흘러내린 자락은 제 몸을 보호하기엔 터무니없이 허술해 보였다.
분명 허드렛일만 시킨다더니, 수하는 사기 계약을 당했다는 생각에 울고 싶어졌다. 역시 나쁜 놈들의 말은 믿는 게 아니었다. 수하는 치밀어 오르는 억울함에 울상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어제 밤 무자비하게 원태에게 당하던 장면들이 파편 마냥 머릿 속에 스치고 지나갔다. 마음 같아선 몰래 야반도주 하고 싶었다. 그러나 저택의 대문 앞에서 버티고 있는 조직원들과 삼엄한 경비들을 떠올리자 풀이 죽었다. 괜히 애매하게 허튼짓을 했다가는 죽음과 더 가까워질 게 뻔하였다.
수하는 뭐라도 해보려 부서질 것 같은 몸을 간신히 일으켰다. 그러나 찝찝한 기분에 수하는 덮고 있던 이불을 슬쩍 들춰냈다.
"...으응?"
원피스 자락을 들어올리자 팬티가 있어야할 자리가 허전했다. 수하의 얼굴이 순식간에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어젯밤의 일들이 연달아서 생각나면서 귀까지 화끈해졌다. 진심으로 제 팬티를 가져가고 돌려주지 않을 심산이었나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팬티만 홀랑 벗겨진 채 자고 있었던 게 말이 안된다. 도대체 몇 년은 입어서 고무줄도 늘어난 싸구려 팬티가 왜 탐이 났을까. 동시에 또 다른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앞으로는 또 어떤 변태 짓을 벌일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상상을 끝마치자, 수하는 알 수 없는 서늘함에 오금이 저려오는 기분이었다.
결국 하는 수 없이 옷장에 놓여진 다른 팬티를 입고, 다시금 메이드복을 갖춰 입었다. 오늘은 절대 꼬투리 잡히지 말아야지. 수하는 굳게 다짐이라도 한 듯 거울을 보며 옷 매무새를 만지며 고갤 작게 끄덕였다.
그러나 그런 다짐을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수하는 또 발가 벗겨진 채 부엌에서 개처럼 박혔다. 설거지를 하다가 접시를 깨뜨렸다는 이유로 말이다. 하나 의아한 점은 원태는 방에 있었고 주방과 거리가 상당했는데, 어떻게 귀신 같이 접시가 깨진 걸 알았는지 모르겠다. 귀가 그렇게 밝은 건지, 아니면 집 안에도 CCTV가 깔린 건지는 모르겠다. 결국 수하는 변명할 틈도 없이 원태에게 잡혀 엉덩이를 내어주는 수 밖에 없었고, 부엌에서 흐앙 울음을 터트렸다.
문제는 이런 게 한두번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모든 것이 그런 식이었다. 아무리 완벽하게 하려 해도, 원태는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냈다. 옷을 개어 놓은 각도가 마음에 안 든다느니, 방향제 향이 너무 진하다느니, 하물며 공기 상태가 별로라서 기분이 나빠졌다는 말도 안 되는 것들로 책잡아 수하를 체벌하였다. 그 탓에 수하는 거의 매일 같이, 집 안이기만 한다면 침실이 아닌 장소도 가리지 않고 발가 벗겨진 채 원태의 밤시중을 들었어야 했다.
수하는 매번 억울해서 속이 터질 지경이었다. 저를 책망하는 이유들은 하나 같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는 없었으나, 그저 죄송하다고 비는 수밖에 없었다. 백날 손바닥이 닳도록 빌어봤자 결과는 언제나 한결 같았다. 어떻게 조용히 잠 든 날이 하루도 없을 수가 있는 걸까. 기껏 입은 메이드복이 엉망으로 다 벗겨지고 아직도 적응이 되지 않는 거대한 원태의 자지를 밤새 받아야 했다. 그탓에 시간이 지날수록 수하는 점점 초췌해져갔고, 원태는 그런 수하의 정기를 빨아 들이기라도 한듯 점점 낯빛이 화사해졌다.
어제도 원태에게 잔뜩 당하고 방으로 돌아와 베개에 얼굴을 박은 채 훌쩍거리다 잠이 들었다. 오늘도 다시 요란하게 울리는 알람 소리에 수하는 부은 눈으로 부스스 일어났다. 원태보다 먼저 일어나 아침상을 차려줘야 했기에, 수하는 여유 부릴 틈 없이 후다닥 이불을 개고 준비하기 바빴다. 그럼에도 거울 앞에 서서 허리끈이 풀리지 않게 꽉 묶고, 머리띠 각도까지 대칭이 되게끔 꼼꼼히 맞췄다. 아무리 주말이라지만, 대낮부터 또 원태랑 질펀하게 뒹굴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수하는 부엌으로 가 식재료 손질과 요리에 몰두하고 있었다. 주방 보조 아르바이트를 오래 하며 어깨 너머로 배운 요리법들이 덕에 웬만한 요리는 잘하는 편이었다. 몇 주째 지켜본 결과, 의외로 원태는 먹는 것에 까다롭지는 않은 듯 했다. 처음에는 입맛에 맞지 않으면 밥상이라도 뒤엎을까 노심초사했지만, 어떤 요리를 내와도 군말 없이 잘 먹는 편이었다. 청소하는 것엔 말도 안되게 깐깐하게 굴더니, 다행히 밥상머리 예절은 갖춘 듯 싶었다.
"휴, 됐다..."
수하는 오늘도 최선을 다해 아침 식사를 차렸다. 마지막으로 간이 잘 배었는지 맛을 본 후,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생각 되자 접시에 정갈하게 담았다. 최대한 깔끔하고 보기 좋게 플레이팅을 하고 나서야 작게 숨을 고르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는 침실로 가 원태를 깨우고 식사가 준비되었다고 말할 차례였다. 단 1분이라도 늦게 들어가면 또 저번처럼 문 열고 들어가자마자 바로 침대로 저를 집어 던질 수도 있다.
"...헉!"
"오늘 반찬 뭐야."
순간 뒤를 돌자, 언제 와있는 건지 이미 식탁 앞에 앉아 있는 원태에 수하는 움찔 놀랐다. 빈 손이라 망정이지, 손에 접시라도 들고 있었다면 떨궜을 지도 모른다.
"어, 언제부터 계셨어요..?"
"글쎄, 칼질할 때부터?"
혹시 제가 늦은 걸까, 수하는 다급히 눈알을 굴려 시계를 확인했다. 다행히 평상시에 원태를 깨우던 시간에 비해 아직 10분 정도 여유 있는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태의 변덕이라면 어디로 튀고 언제 혼날지 모른다. 괜히 지레 겁을 먹은 티를 감추려는 듯, 수하는 빨리 시선을 돌리기 위해 예쁘게 차린 접시들을 식탁 위로 옮기기 시작했다.
"맛있게 드세요, 주인님."
접시를 옮기면서도 내심 마음 졸였다. 평소처럼 꾸벅 인사를 하고는 황급히 자리를 뜨려던 찰나, 원태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밥 먹었어?"
"아직이요..."
"같이 먹어."
순간 수하는 몸을 흠칫 떨었다. 주말에도 저를 편히 두는 법이 없나보다. 웬 일일까, 밥을 같이 먹자니. 얼핏 들으면 자상하기 그지없는 말이었으나, 원태가 밥만 먹을 거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저건 제안이 아니라, 명령이었다.
수하는 경직된 입꼬리를 억지로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문제는 따로 있었다. 수하는 원태의 몫만 신경 써서 차렸기에, 정작 자기 몫은 준비하지 않았던 것이다. 다시 부엌에 들어가 뚝딱 뭔가를 차려와야 하나 하고 머리를 굴리던 찰나, 고민이 끝나기도 전에, 원태가 손짓을 했다.
"이리 와."
원태는 꼭 강아지를 부르기라도 하듯 수하에게 손짓을 했다. 수하는 거역할 수 없이 다시 그의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무겁게 발걸음을 옮겨 그의 앞에 서자, 원태는 무릎을 가볍게 두드렸다.
"앉아."
또 무릎 위에 앉으라니. 수하는 울상이 되어 머뭇거리다가, 결국 그의 무릎 위에 털썩 앉고 말았다. 원태는 당연하다는 듯 수하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수하는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원태의 허벅지 위가 가시방석마냥 불편했다. 혹시라도 무겁다고 혼나진 않겠지. 최대한 체중이 덜 실리게끔 안절부절 못하는 수하에 반해 원태는 그 자세가 익숙하고도 편안해 보였다.
"아."
"...네?"
수하는 순간 얼빠진 소리를 내었다. 그러자 원태는 숟가락을 들어 수하의 손에 쥐어줬다.
"먹여 달라고."
원태의 어처구니없는 요청에도, 수하는 억울한 기색을 꾹 삼키고 숟가락을 손에 꼭 말아쥐었다. 혼나지 않으려면 어쨌든 시키는 대로 해야 했다. 조심스레 국을 한 숟가락 떠 올린 수하는 혹시라도 온도가 맞지 않다거나 간이 심심하다는 이유로 원태에게 트집 잡힐까 눈치를 살폈다. 조금이라도 책잡힐 건덕지가 없게 하자는 강박이 수하의 정신을 꽉 붙들고 있었다.
"아 하세요, 주인님..."
수하는 꼭 아이에게 이유식을 먹이는 것처럼 국을 호호 불어 식힌 다음 원태의 입 앞에 가져다 댔다. 그 모습이 기가 막힌 듯, 원태는 웃음을 터트렸다. 재밌는 구경이라도 하는 듯, 웃음을 참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뭐가 그리 재밌는지, 울상이 된 수하와는 상반되게, 원태의 표정은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국을 받아먹으면서도 계속 미소를 머금었고, 수하의 허리를 휘감고 있던 한쪽 팔을 천천히 올렸다.
순간 놀란 수하는 반사적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의외로 크고 따뜻한 손이 제 머리 위로 얹어졌다.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부드러운 손길에 수하는 조심스레 눈을 떴다.
"뭐야, 왜 이렇게 맛있어."
뜬금 없이 떨어지는 그의 칭찬에 수하는 놀랐다. 매일 청소를 못한다고 구박만 하고, 칭찬 같지도 않은 칭찬은 벗을 때만 쏟아지는 음담패설들 뿐이었는데. 예의상 한건지, 진심인지는 모르겠지만 웬 일로 상식적인 칭찬을 건넨 원태에 수하는 내심 어안이 벙벙해졌다.
"가, 감사합니다..."
꼭 강아지를 쓰다듬는 것마냥 시혜적인 손길이었다. 수하는 울며 겨자 먹기로 그 쓰다듬을 받으며 한숨을 몰래 내쉬었다. 다행히 기분이 좋아보이는 게 오늘 아침은 무사히 넘어가겠구나 싶었다.
"음식에 씹물이라도 넣었나 보지?"
#비엘#BL#고수위#메이드#주종관계#절륜공#조폭공#알파오메가#알오물#능글공#입걸레공#아방수#연하수#연상공#다공일수#미남공#미인수#능욕공#계약관계
"침대 위로 올라와."
원태의 명령은 짧았지만, 수하에겐 목을 죄여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수하는 긴장감에 침을 꼴깍 삼켰다. 그의 말 한마디에 본능적으로 그가 저를 벌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 열심히 했지만, 그의 기준에는 한참 못 미치는 듯 싶었다. 그에 상응하는 벌이 따를 거라는 본능적인 공포가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잠깐이라도 주저하면 더 큰 화가 되돌아올 것만 같았다. 수하는 고개를 들고, 바닥에서 허겁지겁 일어나 침대 쪽으로 다가갔다. 신문은 언제 치워버렸는지 모르겠으나, 의외로 그는 상의를 입지 않고 있었다. 원태의 벗은 상체가 시야에 훅 들어왔고, 굵직하게 패인 근육 선들이 많이 박힌 다부진 몸이 눈 안에 가득 찼다. 놀란 수하는 움찔하며 눈을 돌렸다. 침대는 너무 넓게 느껴졌다. 몸 하나 얹었을 뿐인데, 끝이 어딘지 모를 바다 한 가운데 홀로 빠진 것처럼 낯선 두려움이 몰려왔다.
"이리 앉아."
원태는 가볍게 턱짓하며 자신의 허벅지를 손가락으로 톡 건드렸다. 짐승이 먹이를 끌어들이듯 여유로운 동작이었다. 수하는 어쩐지 이상야릇한 명령에 등골이 오싹해졌지만, 생각할 겨를도 없이 무릎으로 엉금 엉금 기어가 그의 몸 위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중심을 잡으려 휘청이는 순간, 원태의 팔이 순식간에 허리를 감싸왔다.
예상치 못한 움직임과 힘에 수하는 잘게 몸을 떨었다. 그 작은 반응마저 원태는 놓치지 않았다. 씨익 느리게 웃는 그의 입술이 수하의 뺨 가까이에까지 스쳤다. 시선은 마치 살결을 핥듯 끈적하게 더듬어댔다.
"너 섹스 해봤어?"
노골적이고 직설적인 질문이었다. 다짜고짜 성경험을 묻는 질문이라니. 수하는 제가 들은 게 맞나 싶어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섹스는커녕 대학 생활 하는 동안 들이 닥치는 대로 돈을 버느라 누군가와 제대로 된 데이트를 해본 적도 없었다. 이상한 질문에 다소 당황했지만, 수하는 고개를 도리도리 내저었다.
"아, 아니요..."
"아아, 그래?"
대답과 동시에 원태의 눈빛이 묘하게 빛났다. 그러나 목소리가 살짝 들뜬 것이 즐거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미소에 안심 되는 게 아니라, 무슨 일이 들이닥치게 될지 몰라 두려워졌다.
"섹스가 뭔지는 알아?"
또다시 날아든 질문에 수하는 순간 목이 타들어가듯 건조해졌다. 그의 의도가 무엇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정말로 궁금해서 물은 것인지, 여즉 경험이 없는 것에 대한 우롱인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수하는 그저 그의 질문에 대답하는 수밖에 없었다.
수하는 고개를 작게 끄덕였고, 그의 입꼬리는 말려 올라갔다. 곧 울 것처럼 눈꼬리가 축 처진 수하의 표정과 상반 되게 원태는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하고 피식거리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가볍게 흘린 비웃음 소리가 귀 가까이에 닿자, 수하는 온몸이 저릿하게 경직됐다. 그의 숨결 하나에 수하의 불안감만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갔다.
"너 지금 나랑 섹스할거야."
수하는 그의 말에 말문이 턱 막혀왔다. 역시 계약서는 꼼꼼히 읽어봤어야 했다. 집안일이라더니, 이건 일도 부려먹고 성처리까지 돕는 노예나 다름 없었다. 막연히, 언젠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사랑의 결실을 맺게 될 것이라 믿었 걸 이렇게 하루 아침에 깡패에게 저당 잡혀 허무하게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난생 처음 해보는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전혀 배려 없이 강압적이고 난폭하게 몰아 붙일 것임이 확실했다. 아빠도 혹시 이 악마의 부당한 계약에 휘말려 죽음을 면하려 은신하고 있는 걸까. 들이닥칠 행위에 대한 두려움과 행방이 묘연한 아버지 생각까지 겹쳐서 나면서 눈물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말 한 마디조차 내뱉지 못한 채 수하는 몸을 바르르 떨었다. 그 표정에서 숨길 수 없었다.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그새 호두턱이 되어선 곧 울음이 터질 것 같은 얼굴이 되었다. 원태는 그 안타까운 모습을 보며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트렸다. 제물로 던져져 괴물에게 삼켜지기 직전, 절망에 잠식된 얼굴로 곧 울 것 같은 녀석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었다. 그 눈앞의 먹잇감을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다는 듯, 원태는 천천히 손을 뻗어 수하의 볼을 움켜쥐었다. 굶주린 짐승이 먹잇감을 발견했을 때처럼, 갈증으로 가득 차 절제를 모르는 눈빛이었다.
"흐읍...!"
순식간에 원태의 입술이 수하의 입술을 집어삼키듯 거칠게 덮쳤다. 수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도 질끈 감아버렸다. 두꺼운 혀가 서슴없이 파고들며 입안을 장악하자, 조그만 수하의 입안은 단숨에 점령당한 듯했다. 조그마한 수하의 입안에 원태의 혀가 가득 들어차는 듯 했고, 혀가 구렁이마냥 움직여대며 수하의 입 안을 헤집어댔다. 원태는 혀 끝으로 닿을 수 있는 수하의 모든 부분을 집요하게 훑어내렸다.
섹스만 안 해본 게 아니라, 키스조차 처음인 걸까. 원태는 반쯤 감은 눈으로 수하의 표정을 흘낏 보았다. 호흡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숨을 꾹 참으며 꾸역 꾸역 혀를 받아내는 모습이 제법 볼만했다. 억눌린 신음과 함께 미세하게 들썩이는 어깨가 그 답을 대신해주고 있었다.
원태의 입꼬리가 희미하게 말려 올라갔다. 그대로 수하의 뒷머리를 단단히 움켜쥐고는 더욱 깊이 혀를 밀어 넣으며 작은 틈조차 빼앗았다. 그대로 도망칠 틈도 없어진 수하는 집요한 키스를 받아내야만 했다. 숨이 막혀오는 고통 속에서도 수하는 끝내 눈을 꼭 감은 채 끙끙거렸다.
"흐아, 휴..."
긴 사투 끝에 입술이 떨어지자, 수하는 막힌 숨을 몰아쉬듯 터트렸다. 속눈썹을 파르르 떨어대며 벌써부터 정신이 반쯤 날아가버린 듯 초점 잃은 수하의 눈동자를 보며 원태는 재밌는 듯 미소를 지었다. 원태는 손을 내려 수하의 치맛자락 안으로 손을 집어 넣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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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으..."
드디어, 요단강을 건넌 건가.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리자 생각보다 아프지도 않았고, 오히려 몸이 공기처럼 가벼웠다. 생의 마지막은 그렇게 허무하게 찾아왔구나 싶었다. 정식으로 어른 노릇 한 번 못 해보고 끝난 삶이지만, 그래도 물리적으로 가해지는 끔찍한 고통을 생생히 느끼며 몸부림치다 죽는 것보다는 나았다. 스스로 위안을 삼으며 작게 숨을 돌렸다.
그래도, 나 나름 착하게 살긴 했나 보네. 지옥불에 떨어진 게 아니라 다행인 걸까. 눈을 뜨자마자 그 앞에 펼쳐진 건 건 눈이 부시도록 하얀 천장이었다. 금빛으로 반짝이는 샹들리에가 웅장하게 천장에 매달려 있었으며, 벽면 곳곳에는 정교한 조각과 고급스러운 장식들이 가득했다. 제가 살던 좁디 좁은 단칸방에 비하면 훨씬 아늑하고 우아했다. 수하는 제가 떨어진 곳이 적어도 지옥이 아니라 천국임을 확신했다. 어쩌면 거지 같은 현생, 아니, 전생보다는 궁핍 없는 천국 생활이 나쁘지 않을지도.
"으음...?"
순간 좋지 못한 기운이 점차 퍼져갔고 수하는 그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분명 천국이어야 할 이곳에서, 시커먼 그림자가 저 멀리서 다가오고 있었다. 형체는 또렷하지 않았지만 묘하게 인간인지 다른 존재인지 긴가민가 하게 했다. 어째서 지옥에 있어야 할 시커먼 저승사자가 점점 제게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것 같을까. 수하는 눈을 부비며 세게 감았다 떴다. 그러나 사라지기는커녕 그림자는 오히려 더욱 선명해졌다. 곧이어 얼굴에 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워졌을 때, 수하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크게 들이켰다.
"뭐야, 안 죽었네?"
결국 제 코 앞까지 얼굴을 들이미는 것에 수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불행인지 다행인진 모르겠지만, 저승사자가 아니라 인간이었다. 그러나 비아냥거리는 듯한 능청스러운 말투와 낮게 흘러 나오는 웃음 소리까지 전부 악마처럼 섬뜩하게 느껴졌다. 수하는 제 앞에 있는 악마인지 사람인지 모를 생명체를 보며 몸이 절로 발발 떨려왔다.
"저, 안 죽었어요...?"
간신히 흘러나온 목소리는 볼품 없이 속수무책으로 갈라졌다. 앞뒤가 맞지 않고 터무니 없는 질문이었지만, 수하는 그런 걸 깊게 생각해 정신머리조차 없었다.
"흐음, 죽고 싶어?"
묘하게 웃으며 던지는 그의 질문에 수하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꼭 유희만을 위해 누군가를 죽일 수도 있을 것 같이 느껴졌다. 죽고 싶냐니, 당연히 그건 절대로 원치 않았다. 살고 싶다는 본능은 머리보다 먼저 몸을 움직였다. 수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도리도리 내저었다.
"기껏 살려뒀더니 서운하네."
나 아니었으면 이미 쓸만한 장기들 빼고 몸뚱아리는 물고기밥 신세였을텐데. 다 들리게끔 중얼거리는 남자의 낮은 목소리는 수하의 귀에 또렷하게 박혔다. 조롱 섞인 독백에 수하는 숨이 턱 막혀왔다. 그제서야 수하는 정신 잃기 직전의 모든 상황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아빠의 빚을 변제해야 한단 이유로 누군지 모를 깡패들에게 납치를 당해 구타를 당하고, 할복 당하기 직전에 기절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칠흑 같이 어두운 창고 안에서 잔뜩 맞아 시야가 흐릿한 와중에도 그 중심에 있던 남자. 짧디짧아 1분조차 되지 않았던, 그와 얼굴을 마주한 순간이 기묘하게 강렬히 각인돼 있었다.
그 모든 기억들이 머리를 강타하고 지나가자마자, 수하는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무릎을 꿇고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조금의 고민이나 판단이 개입할 틈 조차 없이, 오직 살고 싶다는 본능만이 그 지배했다.
"흐, 사, 살려주세요..."
목울대가 덜컥거리며 호흡이 가빠왔다. 눈앞의 남자가 악마인지, 구원자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다만 남자의 손끝 하나에 제 목숨이 달려 있다는 사실만은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었다. 이순간만큼은 체면과 이성 따위 다 벗어던지고 오직 살아야겠다는 본능만이 남아 있었다. 수하는 꼭 저승의 재판장에 끌려가 염라대왕 앞에 무릎 꿇은 죄인 같이 온몸이 덜덜 떨려왔다.
"곤란하네, 나도 참 마음이 약해서 큰일이야."
남자는 자기 연민에 취한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의 말이 동정인지, 조롱인지는 파악할 수 없었으나, 수하는 그렁그렁하게 고인 눈물 속에서 남자의 입술이 다시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살고 싶어?"
"네, 네."
수하는 남자의 마음이 바뀌기라도 할까봐 빠르게 고개를 주억거리며 대답했다. 목구멍에서 터져 나온 대답은 너무 빨라 스스로도 놀랄 정도였다. 눈물을 눈에 한가득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이는 바람에 눈물이 툭툭 떨어지기 시작했다. 수하는 그런 줄도 모른 채 코를 훌쩍 삼키며 간절한 표정으로 남자가 아량을 베풀기만을 기다렸다.
"그럼 8억 갚아. 5년 안에."
"..."
수하는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멍해졌다. 8억이란 숫자에 절로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렇게 본 적도 없는 큰 금액을 무슨 수로 5년 안에 갚을까. 입술은 덜덜 떨렸으나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지금 막 대학생 티를 벗었다지만 그렇게 화폐의 가치에 무지한 게 아니었다. 거대하게 느껴지는 그 돈의 무게가 얼마나 사람을 짓눌러버리는지 감으로도 알 수 있었다. 계산을 하려 했지만 머릿속은 백지였다. 어림잡아 달에 천만 원 이상은 갚아야 한다.
"아, 물론 이자는 연 10%야. 원래 업계에선 20%인데 취준생이라 특별히 까줬다."
적선하듯이 말하는 남자에 수하의 낯빛은 순식간에 다시 어두워졌다. 역시 저를 죽음으로 몰아넣으려는 이 남자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나올 리는 없었다. 오히려 더 정교하게 숨통을 조일 뿐이라는 사실이 선명해졌다. 이대로 어쩔 수 없이 배를 가르게 되는 걸까. 수하의 눈물 고인 두 눈이 다시금 불안에 젖어 흔들렸다.
"내가 그럴 줄 알고 봐둔 좋은 일자리가 하나 있거든. 해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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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이렇게 쥐새끼처럼 잘 숨은 건 처음 보네."
3개월.
원태가 사람을 찾는 데 걸리는 기간이 길어야 3개월이었다. 한두 달 정도는 흔한 일이고, 더 오래 걸리는 경우는 있어도 대부분 3개월 안에는 결과가 나왔다. 간혹가다 아주 드물게 그 이상이 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땐 이미 사망 소식이 먼저 들려왔기에 굳이 더 손을 쓸 필요조차 없었다.
그러나 이번은 달랐다. 자그마치 8억을 땡기고 잠적한 천경훈을 찾는 데 걸린 시간이 만으로 다섯 달이 넘어가고 있었다. 주민등록번호도 말소되지 않은 걸 보니 살아 있는 건 분명했다. 해외 출국 기록도 깨끗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감쪽같이 숨어버린 것이었다.
그깟 빚쟁이 하나 못 잡고 다섯 달을 허비한다니. 슬슬 원태도 인내심이 바닥 났고, 미꾸라지 같은 놈을 찾는 데 너무나 많은 시간과 인력이 들어가기도 하였다.
천경훈이 낼름 삼키고 도망간 액수 때문에 원태 역시 이번 일만큼은 절대로 대충 넘길 수 없었다. 놈의 목숨 따위야 값어치가 없어도, 돈만큼은 꼭 회수해야 했다. 원래 이렇게까지 정 없지도 않았는데 돈 앞에선 원태도 어쩔 수 없는 한낯 깡패 새끼였을 뿐이다.
"어떻게 할까요, 형님."
"천경훈 가족들 추적해, 가능하다면 건강한 놈으로."
뭐, 이가 없으면 아쉬운 대로 잇몸으로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나. 결국 원태는 천경훈이 아니라, 서류상 남아 있는 그의 직계 가족으로 눈을 돌렸다. 천경훈의 아들, 천수하로 말이다.
원태는 조직원들에게 천수하를 잡아내라고 지시했고 시간이 꽤나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토록 귀신같이 달아난 놈인데, 자식이라고 뭐 대단히 다를까 싶었다. 하지만 의외로, 하나 밖에 없는 아들놈이란 것이 지 아비가 그딴식으로 남 뒤통수 치고 큰 돈을 먹고 나른 건 알지도 못하는지 아주 무방비하게 단칸방에서 지내고 있었다. 수하는 갑작스러운 깡패들의 습격에 눈을 동그랗게 나름대로 저항했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 있었을까. 힘 한 번 써보지 못한 채 각목으로 한 대 얻어맞자 순식간에 기절하였고, 원태의 부하들은 큰 어려움 없이 천경훈의 아들을 납치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아들놈이 천경훈의 빚을 대신 변제해야 하는 채무 보증 서류를 전부 완벽하게 준비 해놓았다. 마치 오래 전부터 이 장면을 준비해온 것처럼 모든 것이 치밀하게 마련되어 있었다. 물론, 물리적인 도움을 일부 동반해서 말이다. 이미 온 몸은 멍투성이가 되었고, 수하의 눈 앞엔 채권 서류 위에는 펜 한 자루와 인주가 놓여져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서 험상궂은 얼굴의 조폭들이 압박을 가하고 있었다. 선택지는 없었다. 설령 수하가 서류에 도장을 찍지 않는다고 해서 이 상황이 끝날 리 없었다. 수하는 부은 얼굴로 퐁퐁 눈물을 흘리느라 흐린 시야 앞에서 읽히지도 않는 서류들에 결국 반강제적으로 지장을 찍게 되었고, 서류가 완성 되자 덩치들은 그제서야 만족스러운 듯 종이 뭉치들을 챙겨들었다.
"형님, 다 되었습니다."
"얘는 또 금방 잡아왔네?"
좀도둑 같이 달아났을 줄 알았는데, 아무 것도 모른 채 천경훈이 파둔 안락한 무덤 안에서 지내고 있었다니, 참 딱하지. 생각보다 일사천리로 일이 풀렸다. 괜히 오랫동안 천경훈의 꼬리를 쫓으며 시간과 피를 흘린 게 허무할 정도였다. 진작 이쪽으로 눈을 돌렸다면 벌써 채무 변제는 끝났을지도 모른다.
원래라면 꼭두각시를 잡아다 죄를 뒤집어 씌우는 짓은 깡패 새끼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눈앞의 광경을 보니 나름대로 합리적인 계산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스쳤다. 결과적으로 봤을 때, 비용 대비 효용이 가장 싸게 먹히는 방법이었다. 돈을 먹고 달아난 건 천경훈이었지만, 이제 이 아들놈이 합법적으로 아버지 대신 빚을 떠안고, 목숨값을 지불해야 할 차례다.
물론, 대학을 갓 졸업했다는 요 좆만한 놈이 어느 세월에 8억을 만들어 갚으랴. 노가다 건설 현장에서 10년을 좆뺑이 치게 해도 절대 만지지 못할 금액이었다. 하지만 어리고 팔팔할 때니 나름대로 귀한 인적 자원이었다. 각막도 떼고, 신장도 떼고, 장기들 조금씩 떼다보면 채무액의 전부는 아니어도 반절은 갚을 수 있지 않을까. 어차피 돈을 먹고 나른 놈의 아들도 같은 씹새끼의 피가 흐를테니 믿을 바가 되지는 못할 것이다. 나름대로의 경제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 원태는 목을 양옆으로 한번씩 꺾으며 몸을 풀기 시작했다.
어차피 신체 이곳저곳에서 장기들 떼고 나면 거의 반불구 될텐데, 굳이 친절히 사족을 설명해줄 필요는 없었다. 원태는 겁을 먹어 벌벌 떨고 있는 생명체 앞에 느리고도 묵직하게 발을 옮겼다. 땅바닥에 구둣발이 닿을 때마다 경쾌한 소리가 창고 안에 울려 퍼졌다. 그 단조로운 소리 하나에도 수하는 온몸이 덜덜 떨려왔다. 도망칠 곳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보내기 전에 마지막으로 귀한 아들놈 상판떼기는 한번 봐둘까. 원태는 친히 그 앞까지 가서 구둣발을 멈추었다. 곧장 팔을 뻗어 억세게 수하의 머리채를 잡아채 올렸다. 순간, 두피가 찢어질 듯한 통증이 뒤통수에서 번졌고, 수하는 버둥거리며 울음을 터뜨렸다.
"악! 살려주세요, 흐으, 아! 제발요...."
날카롭게 튀어나온 비명에 원태는 그 소리마저 흡족하다는 듯 코웃음을 흘렸다. 그러나 진짜로 그를 당황하게 만든 건 따로 있었다. 머리채가 잡혀 억지로 들어올려진 얼굴이 그를 멈칫하게 했다. 흐릿한 불빛 아래서 울고 있는 녀석이, 생각보다 제법 귀엽게 생겼다는 사실이었다.
이건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였다. 흐음. 원태는 잠시 눈썹을 비튼 채 제 앞에 있는 녀석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그저 아이처럼 목놓아 서럽게 울고 있는 꼴이 우습기도 했지만, 기묘하게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아귀에 힘을 줘 한 번 더 거칠게 끌어당겨 코앞까지 들이댔다.
역시, 잘못 본 게 아니었다. 이 어두운 창고 속에서, 비록 잔뜩 처맞고 울어서 얼굴에 생채기를 잔뜩 달고 땡땡 불어터졌지만, 눈물을 머금고 있는 눈동자가 꼭 호수처럼 맑고 예뻤다. 까만 그림자 아래서도 울음으로 번진 그 눈빛은 마냥 깨끗해보였다. 마치 더러운 걸 한 번도 보고 자라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예쁜 눈알을 후벼파서 갖다 팔기엔 아까운데. 천경훈이 지 자식은 곱게 키운 건가? 아니, 그렇다면 이 지경이 될 걸 알고도 버리고 도망가진 않았겠지.
"형님, 지금 약 주사할까요?"
원태가 빠져들던 몰입이 산산이 부서졌다. 부하놈의 목소리가 허공을 찢으며 파고들었다. 원태는 한창 수하의 눈에 홀려선 그의 멍투성이인 얼굴을 감상하는 것에 빠져 들고 있었는데, 순간 산통이 깨져 버렸다. 마치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는데, 갑자기 귀 옆에서 플래시 터지고 셔터음이 울린 것 같은 불쾌함이었다. 원태의 미간이 깊게 구겨졌다.
부하는 어느새 손에 수면 마취제가 채워진 주사기를 들고 있었다. 날카로운 바늘 끝이 형광등 불빛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였다. 수하는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대화에, 머리채가 잡힌 채 눈동자를 옆으로 굴렸다. 그 순간, 덩치의 손에 들린 커다란 주사기가 시야에 들어왔고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피부가 찢기고 뼈가 부러지는 고통 정도는 상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신체의 일부가 잘려나가는 것은 상상으로도 가늠할 수 없었다. 그 차갑고 비현실적인 공포가 수하의 척추를 따라 타고 올라와 머리털까지 쭈뼛 서게 했다.
영화 속에서나 본 장면을 제 눈앞에서 실제로 보게 될 줄이야. 수하는 순간적으로 현실감이 무너지는 걸 느꼈다. 머릿속은 하얗게 되어 버린지 오래고, 오직 눈물만이 터져나와 시야를 뿌옇게 가득 메웠다. 손발이 닳도록 빌고 싶었지만, 밧줄로 꽁꽁 묶여 있어 꿈쩍도 할 수 없었다.
"흐, 아, 아, 잘못했어요, 제발, 뭐든 할게요... 네?"
<주인님의 훈육일지> 출간했습니다!
* 배경/분야 : #현대물
* 작품 키워드 : #감금#SM#하드코어#강공#냉혈공#미남공#집착공#연하공#연상수#아방수#미인수#순진수#굴림수
* 태건(공) : 서율에게 집착하고 감금해 그를 통제하는 방식으로 사랑한다.
* 서율(수) : 태건에게 버거운 훈육을 당하면서도 그를 사랑하기에 곁에 머물고 있다.
* 이럴 때 보세요 : 연상수에게 집착하고 훈육하는 연하공의 사랑 이야기가 보고 싶을 때
* 공감 글귀 : "주인님, 저 화장실 가고 싶어요.."